[에세이] 변호사님의 가방이 가벼워지는 순간 (1)
: “파일이 내 컴퓨터에 없으면, 도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나실장, 나 이제 좀 밖에서도 일하고 싶은데. 오늘 컴퓨터도 새로 샀어요. 노트북 하나 들고나가서 거기서 일 처리하고 그러면 안 됩니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요청 처음은 아닙니다. 많은 전문직 분들이 간절히 원하시는 건데요. 그런데 막상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변호사님 파일이 전부 사무실 데스크톱 ‘내 문서’랑 ‘바탕화면’에 있는 거예요. 수천 건이요. 그러니까 출근해서 그 컴퓨터 전원을 켜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족쇄’에 묶여 계신 거죠.
파일의 집을 이사시켜 봅시다
“변호사님, 파일 저장하시는 위치 한번 바꿔보시죠.”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클라우드라고, 구글 드라이브 같은 거 쓰시면 됩니다.”
“그게 뭔데요?”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예전에는 파일이 하드디스크와 같은 물리 저장소에 저장됐잖아요. 그 컴퓨터 기계 안에만요. 이제는 그걸 구글 서버에 두는 겁니다.”
“내 컴퓨터에는 없다는 얘기예요? 그럼 인터넷 끊기면요?”
변호사님 걱정하시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평생 내 눈앞의 컴퓨터에 저장하고, 중요한 건 종이로 출력해서 보관해 오셨으니까요. 갑자기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곳에 전 재산을 두라니 불안하실 수밖에요.

“내가 있는 곳이 곧 내 컴퓨터가 됩니다”
저는 복잡한 기술 용어 대신 그냥 쉽게 설명했습니다.
“변호사님, 네이버 뉴스 보실 때 뉴스 파일 다운 받아서 보세요?”
“아니죠, 그냥 들어가면 되는데.”
“바로 그거예요. 네이버 뉴스는 네이버 서버에 있으니까 어디서든 보이잖아요. 핸드폰에서도,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업무 파일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변호사님이 잠깐 멍하니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 내 컴퓨터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내 컴퓨터가 되는 건가?“
네, 맞습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날 변호사님은 몇십 년 고수하던 ‘바탕화면 저장’ 습관을 바꿔보기로 하셨습니다. 사실 저장 위치 하나 바꾸는 게 뭐 대단한 건가 싶지만, 이게 변호사님의 10년을 바꿀 생각보다 큰 변화의 시작이거든요.

(다음 편에 계속)